홈레코딩 장비를 구성할 때 가장 골치 아픈 관문이 바로 '오디오 인터페이스' 선택입니다. 최근 제 개인 작업 공간을 재정비하면서, 오랜 시간 저를 괴롭혔던 음향 장비 기변 후기를 남겨봅니다. 철저히 제 지갑을 열어 구매하고 한 달 넘게 실사용한 '내돈내산' 찐 후기입니다.

1. 입문용 기기들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나의 선택

시중에는 정말 다양한 입문용 장비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검색만 하면 쏟아지는 포커스라이트 스칼렛 솔로부터 시작해, 최근 가성비와 측정치로 유튜브를 휩쓴 토핑(Topping) E2x2, 해상도가 뛰어나다고 소문난 오디언트 iD14mk2, 그리고 SSL2까지 전부 제 장바구니에 담겼다 빠지기를 반복했습니다.

특히 토핑 E2x2는 훌륭한 스펙과 완벽한 루프백 기능 때문에 마지막까지 저를 갈등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을 하지 않는 저의 작업 특성상 루프백은 필수 요소가 아니었죠. 결국 저는 '녹음 소스의 질감''외관 디자인'이라는 두 가지 본질에 집중하기로 했고, 유니버설 오디오(Universal Audio)의 Volt 176을 최종 목적지로 정했습니다.

2. 책상 셋업의 완성, 176 모델을 고집한 이유 (디자인)

제가 이 기기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디자인'입니다. 사실 상위 라인업인 Volt 276 모델과도 저울질을 했지만, 마이크를 하나만 사용하는 제게 276의 가로로 넓은 폼팩터는 다소 둔탁해 보였습니다.

반면 Volt 176은 1채널 입력에 맞춘 콤팩트하고 이상적인 비율을 보여줍니다. 현재 제 작업실은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의 데스크 셋업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밝고 차가운 바탕에 Volt 176 특유의 웜그레이 메탈 바디와 측면의 원목(우드) 패널이 더해지니 공간이 훨씬 아늑해졌습니다. 딱딱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빈티지한 인테리어 소품을 하나 들인 것 같은 시각적 만족감이 엄청납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예쁜 장비가 책상 위에 있으니 한 번이라도 더 마이크 앞에 앉게 되더군요.

Volt 176 데스크테리어 셋업

3. 초보자를 위한 치트키: 아날로그 76 컴프레서

단순히 디자인만 예뻤다면 더 저렴한 Volt 1을 샀을 겁니다. 굳이 비용을 더 투자해 176을 고집한 기술적 이유는 바로 하드웨어로 내장된 '76 컴프레서' 기능입니다.

전설적인 아날로그 명기인 1176 컴프레서를 복각한 이 버튼은 저 같은 레코딩 초보자에게 그야말로 치트키와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으로 나중에 보컬을 후보정하는 것과, 애초에 프리앰프 단에서 아날로그 컴프레서를 거쳐 소스가 녹음되는 것은 질감 자체가 다릅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약간 밋밋했던 보컬 톤이 단단해지며 악기 트랙을 뚫고 나오는 묘한 존재감이 생깁니다. 게다가 녹음 중 감정이 실려 소리가 갑자기 커져도 컴프레서가 자체적으로 레벨을 압축해 주어, 오디오가 찢어지는 피크(Peak) 현상을 방어해 줍니다. 녹음 레벨 미터만 쳐다보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온전히 제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돈값은 충분히 합니다. 덤으로 제공되는 UA의 수준 높은 번들 플러그인들은 보너스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Universal Audio Volt 176 상세 상세

4. 마이크 궁합: 다이나믹부터 콘덴서까지

마이크와의 매칭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초기에는 다이나믹 마이크의 표준이라 불리는 슈어(Shure) Beta 57A를 물려서 사용했습니다. 다이나믹 마이크는 수음력이 낮아 게인(Gain)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Volt 176의 프리앰프는 노이즈 없이 깔끔하게 소리를 증폭시켜 주었습니다.

이후 작업물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르윗(Lewitt) LCT 440 Pure 콘덴서 마이크로 장비를 교체했습니다. 콘덴서 특유의 섬세하고 찰랑거리는 고음역대 수음력이 Volt의 아날로그 색채와 만나니, 보컬 소스가 놀라울 정도로 매끄럽고 따뜻하게 빠집니다. 장비를 업그레이드한 보람을 가장 크게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르윗 LCT 440 Pure 마이크와 Volt 176 매칭

5. 마무리하며

인터넷 방송을 위한 실시간 루프백 기능이 빠져있다는 점은 구매 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순수하게 보컬 레코딩이나 악기 녹음을 목적으로 하는 홈레코딩 유저라면 이만한 기기가 없습니다.

밋밋한 작업실을 감성적인 공간으로 바꿔줄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버튼 하나로 프로페셔널한 보컬 톤을 만들어주는 아날로그 사운드를 원하신다면 Volt 176을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중복 투자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테크캔버스 (contact@techcanva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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